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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145

오해받으면 안 되는 거얌마 미생 웹툰 연재 당시에도 그랬지만 곱창집의 팀회식 장면이 참 좋다. 드라마에서 좀 더 츤츤데레데레해진 우리의 오과장님이 만취해서 뱉어버린 '우리 애'라는 단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하지만 난, 어찌 보면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판타지적이기도 한 이 캐릭의 「오해받으면 안 되는 거얌마」이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더랬다. 오해라는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사실에 덮인 진실, 믿음에 묻힌 진심, 닿지 않는 마음.. 마음이란 놈은 머리에 있지 않고 심장에 있어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것 같다. 때문에 오해의 깊은 골에서 쉬이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이해와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오해의 차이가 단지 3 만이 아닐지니 삶은 참 어렵다... 2014. 10. 30.
그날이 되면 내가 기억해 줄게. 치매 환자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의사가 말해주었다.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다른 일을 하면 십중팔구 태운다. 빨래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는 정도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자의 경우, 가장 먼저 못하게 되는 것은 요리라 했다. 요리는 의외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계획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다. '미래 기억'은 앞으로 할 일을 기억한다는 뜻이었다. 치매 환자가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식사하시고 30분 후에 약을 드세요"같은 말을 기억하는 게 바로 미래 기억이란다.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어쩌랴, .. 2014. 10. 28.
부산, 그 곳은 집안에 화장실도 없이, 동네에 하나 있는 공중화장실을 써야 했던 어느 달동네 셋방살이의 추억을 말씀하시던 내 부모님이 살아 내었던 곳. 밀면 먹고 싶어서 달려 내려가면 버선발로 반겨 맞는 이에게서 너끈히 한 그릇 정도 유쾌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 이불 한 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친구녀석과 하루쯤 온천에서 낄낄거리며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 거친 뱃사람들과 시끄러운 아지매들의 정겨운 소리들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한다. 그렇게 비릿한 바다냄새에 코가 시린 부산은 늘 가슴 한 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시다. 2014. 10. 26.
인문학 정원 ⑦ 숙부의 과거와 조카의 미래 - 토요일 오후의 즐거운 인문학 산책 바람이 선선해서 꽤나 기분좋은 오후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득 메운 작은 아이들의 발걸음도 경쾌했다. 찾을 때마다 늘 고즈넉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이 좋은 곳이다. 145년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를 만나기 위해 친구녀석과 이 곳을 찾은 게 늦 더위가 한창이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때가 생각나는 맑은 가을에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회사분위기 우울하다 툴툴거리며 출근하는 친구를 뒤로하고 찾은 강의는 올 초부터 진행해서 벌써 일곱번 째라고 했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文,史,哲 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일 것이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어, 나도 한 마디정도 섞어 보고 싶어 찾게 되었다. 두 시가 .. 2014. 9. 29.
꽃무릇으로 붉게 물든 아침을 맞으며 어느 날 마당 한 구석에 저승화가 피었다. 묘지 부근에 피기 때문에 '저승화'라고 불린다. 저승화는 3배체로 씨를 맺지 않는다. 씨를 맺지 않는 저승화가 어떻게 늘어나는지는 의문이다. ▷ 이마 이치코 中 전 날 늦게까지 딴 짓하고 주말이라 느긋하게 늦잠을 좀 즐기려고 했겄만 그 날은 아침부터 전화기가 드르럭 거렸다. 어머니가 신나서 보내준 꽃무릇 사진 덕에 놈도 덩달아 신이 나서 온몸을 흔들어 재낀 덕분이다. 재작년인가 옆 집에서 한 삽 분양 받아 오시더니 드디어 꽃이 피었나 보다. 붉은 색의 꽃 때문인지 날 좀 보소 하던 전화기가 한껏 상기된 듯 보였다. 대문 옆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없는 듯 하던 곳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는데 어머니는 나름 그곳을 엄청 공들이고 계셨던 거다. 밖을 나서서도 .. 2014. 9. 2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예담) - 아름다움은 권력이다. 그래도 절... 사랑해 줄 건가요? 몇 년전 서점 나들이를 갈 때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을 표지로 하고 있던 이 책 광고 포스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표지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에서 느꼈던 재기발랄함이 기억나서 유쾌한 이야기를 어쩌면 기대했었던 것 같아요. 소설은 80년대 중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작중 화자인 '나'는 백화점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요한'과 '못생긴 여자'를 만났고, 그녀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자신을 떠났던 그녀를 만나러 가는데... 당연하겠지만 책은 굉장히 잘 읽히고 문단의 가독성은 뛰어 났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들이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나 후반 두어번의 반전에 사실 큰 감흥을 느낄 순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 2014.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