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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40

월급님이 통장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When I was young I thought that money wa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life now that I am old, I know it is. ▷ Oscar Wilde 아침에는 지하철 조조할인을 받기위해 시간내 개촬구를 통과하려고 뛴다. 점심에는 500원 더 싼 메뉴를 먹기 위해 조금 더 걷는다. 간식은 안 먹는 거고, 옷 사는 건 미루는 거다. 월급통장은 카드값, 생활비, 교통비, 공과금, 세금, 통신비, 관리비, 보험료 등의 지출로 늘 바쁘다. 월급님이 많든 적든 잘 소비를 해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랬다. 오늘의 나를 꾸미는 것 보다는 내일의 배고픔을 항상 염려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 내게 몇 번이나 남아 있.. 2017. 11. 5.
이 세상에 온 작은 천사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아가들의 생존 전략이 극강의 귀여움이라는데 백번 공감하는 바, 이 험한 세상 힘들게 태어났으나 그 삶은 고되지 않기를.. 2017. 10. 15.
꽃 길만 걸으소서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시작 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 한비야 中 같은 길을 여러 해 다니다 보면 늘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가게들이 문닫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요즘은 더 자주 보인다. 예전엔 가게가 정리되고 나면 곧 또 다른 가게가 들어 오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난 자리가 아주 오래 비어 있다. 그 자리가 오랜 불황의 끝을 .. 2017. 9. 16.
까치집 머리 위에서 시끄러운 새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새똥이라도 맞을까 싶어 퍼뜩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까치 한 마리가 앙상한 나무위에 조그마한 나뭇가지들을 조심스레 얹고 있었다. 또 한마리는 바로 옆 가지에 앉아 고개를 까딱이며 떠들어 댔다. 그 소리에 애써 날라 놓은 가지들이 떨어질까 염려 될 지경이었다. 포로록 다른 나무로 날아가 그만한 가지를 또 물고 왔다. 가지에 가지를 얹는 속도는 무척 더디기만 했다. 집을 짓고 있나 보구나. 너네 둘이 잘 집인 게냐 싶어 신기했다. 좋은 소식 전해 준 적 없는 까치지만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 두 주쯤 지나 다시 공원을 지날 일이 생겼다. 따사로운 햇살이 살포시 얼굴에 닿아 광합성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다. 까치 한 마리가 여전히 나뭇가지를 나르고 있었다... 2017. 3. 17.
복권 단 하루도 춥지 않은 날이 없었던 지난한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세기의 발명품이라 칭찬하고픈 핫팩만이 언 손에 온기를 주었다. 매화나무에 활짝 핀 봄 꽃이 어느새 시린 바람 끝에 찾아 왔다. 비집고 들어 오려는 오만한 바람이 부드러운 봄 바람과 맞짱뜨고 싶어하는 날이었다. 그 날따라 우울함에 우울함이 더해져서 퇴근 길 불이 켜진 복권판매소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들이 밀며 복권 한 장을 샀다. 한 장이요? 하며 재차 묻는 걸 보니 한 장만 사는 사람은 없나 싶었다. 뭐 복권 당첨같은 운이란 거 내 생에 없을테니 한 장으로 충분했다. 많이 우울할 때 가끔 복권을 산다. 안될 거 뻔히 알지만 그래도 한 주 동안의 꿈을 사는 거다. 돈이란 자고로 그 가진만큼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 2017. 2. 22.
그대 내내 어여쁘소서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 이상 中 스멀스멀 습한 바람이 올라왔다. 방파제 둑길이 해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축축한 공기 너머로 등대의 사이렌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릴 줄 뻔히 알면서도 등대가 부부젤라를 불어재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를 반복했다. 먼 바다 배들의 불빛도 희미해졌다. 둑을 넘어간 낚시꾼들도 부랴부랴 집으로 갈 채비를 하며 잰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의 바쁜 걸음과 상관없이 안개는 느긋하게 다가 왔다. 등대 앞마당 등나무에 걸려 있는 빗을 보며 당신께서는 그 곳을 찾던 사람을 잘 따르던 길고양이를 추억했다. 길냥이는 등대 방문객들이 가져.. 2016.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