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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40

우리는 여전히 대숲 옆에 산다. [대나무 숲속엔 언제나 시원한 공기가 흘렀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이 모인 곳이면 여기 저기 생겨났던 OOO옆 대나무숲을 기억하는지.. 이년 전 출판사X에서 시작된 대숲은 말그대로 우후죽순 - 혹자는 루후죽순(泪後竹筍).. 눈물의 대숲이라 칭하더이다 - 생겨났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던 대나숲에서 유래한 그곳에는 처음엔 재잘거림이 많지 않았으나 알음알음 그 수는 많아졌다. '세상사 모르는 것이 약일 수 있으니, 누가 썼는지는 알려고 하지 말라'는 암묵의 룰이 있었지만, 대숲은 결국 나름의 자생력을 잃어 버리고 짧은 흥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거대 익명의 커뮤니티와 같았지만 각 대숲을 들여다 보면 그 속은 좁은 바닥 - 또는 업계 - 의 사람들만이 아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다. .. 2014. 8. 23.
능소화 꽃송이 바람비에 떨어지면 [능소화 꽃송이 바람비에 떨어지면 그대 그리워해도 되겠습니까...?] 회사가 이 곳으로 이전을 하고 배롱나무꽃 바람에 일렁이는 계절이 찾아오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꽃.. 사무실 앞 마당뿐 아니라 동네 담너머로 수줍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꽃은 '꽃이 피었다'라는 느낌보다는 '꽃이 탐스럽게 열렸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내게 있어 능소화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이미지다. 임금을 그리다가 죽어간 궁녀 소화와 하늘정원에서 꽃을 훔친 하늘 선녀님 여늬의 이야기 때문인 듯도 싶고, 따갑게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쉬이 시들지 않고, 시들기 전에 꽃송이가 그대로 땅에 툭 떨어져 버리는 수줍음 때문인 듯도 싶다. 너 정녕 여름꽃이다. 2014. 8. 15.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녀석들의 눈썹은 대개 8시 20분을 가리킨다. 선하게 생긴 인상은 늘상 사랑스러워서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사랑 많이 받아 생긴 고집스러움은 단단한 마음이 될 것이고, 장난끼에 숨어 있는 쑥스러움은 단아함이 되고, 다정하게 내미는 손은 배려가 될 테지..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행복해 진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것이 바르고 씩씩한 유년의 터널을 지나 그들이 어찌 성장할 지.. 참 기대가 되는 이유.. 2014. 8. 1.
2012년 해가 지다. 2013년 해가 뜨다. 전선위의 눈덩이가 느닷없이 후두둑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눈은 눈물이 되어 길 아래로 흘러간다. 그렇게 갑자기 떠나 버린 그들이 생각난다.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들.. 오래전 알고 지냈던 지인들의 부고를 접할 때면 내가 쌓아온 세월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 들은 더 이상 볼 수없는 2013년의 해가 뜰 것이고 나는 그 시간 속을 여전히 지날 것이다. 좀 더 가슴 뛰는 삶을 꿈꾸며 나아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갈 사람들의 의무다. 2012. 12. 31.
괜찮다... 그리고 또 괜찮다... 을씨년스럽게 스산한 비를 뿌리는 어느 늦은 초겨울 오후.. 인적드문 곳에 세워진 푸른 신호등 불빛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걸 보니 어째 한기가 느껴진다. 주억거리는 지박령의 사연이라도 들어줄 기세로 한가로이 횡단보도를 응시한다. 녀석은 망설임의 이십대를 보내고 후회의 삼십대를 보내고 있는 청춘인지라 누구에게라도 괜찮다..괜찮다.. 위로가 필요할테다. 가만히 이마를 짚어 주며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 잘했다... 잘했다...고... 2012. 11. 28.
검은 바위틈에 피어난 꽃들처럼.. 제주의 여름은 더웠지만 가슴이 시릴 정도의 맑은 바다가 있었고, 검은 바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풍경이었다. 그 낯선 담에 피어 있는 꽃들처럼 항상 고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길 ..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과 함께여서 참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듯 싶다.. 찰나 속에 식어 버린 붗꽃을 아쉬워 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2012.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