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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40

오해받으면 안 되는 거얌마 미생 웹툰 연재 당시에도 그랬지만 곱창집의 팀회식 장면이 참 좋다. 드라마에서 좀 더 츤츤데레데레해진 우리의 오과장님이 만취해서 뱉어버린 '우리 애'라는 단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하지만 난, 어찌 보면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판타지적이기도 한 이 캐릭의 「오해받으면 안 되는 거얌마」이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더랬다. 오해라는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 본다. 사실에 덮인 진실, 믿음에 묻힌 진심, 닿지 않는 마음.. 마음이란 놈은 머리에 있지 않고 심장에 있어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것 같다. 때문에 오해의 깊은 골에서 쉬이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이해와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오해의 차이가 단지 3 만이 아닐지니 삶은 참 어렵다... 2014. 10. 30.
그날이 되면 내가 기억해 줄게. 치매 환자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의사가 말해주었다.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다른 일을 하면 십중팔구 태운다. 빨래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는 정도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자의 경우, 가장 먼저 못하게 되는 것은 요리라 했다. 요리는 의외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계획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다. '미래 기억'은 앞으로 할 일을 기억한다는 뜻이었다. 치매 환자가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식사하시고 30분 후에 약을 드세요"같은 말을 기억하는 게 바로 미래 기억이란다.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어쩌랴, .. 2014. 10. 28.
부산, 그 곳은 집안에 화장실도 없이, 동네에 하나 있는 공중화장실을 써야 했던 어느 달동네 셋방살이의 추억을 말씀하시던 내 부모님이 살아 내었던 곳. 밀면 먹고 싶어서 달려 내려가면 버선발로 반겨 맞는 이에게서 너끈히 한 그릇 정도 유쾌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 이불 한 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친구녀석과 하루쯤 온천에서 낄낄거리며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 거친 뱃사람들과 시끄러운 아지매들의 정겨운 소리들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한다. 그렇게 비릿한 바다냄새에 코가 시린 부산은 늘 가슴 한 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시다. 2014. 10. 26.
꽃무릇으로 붉게 물든 아침을 맞으며 어느 날 마당 한 구석에 저승화가 피었다. 묘지 부근에 피기 때문에 '저승화'라고 불린다. 저승화는 3배체로 씨를 맺지 않는다. 씨를 맺지 않는 저승화가 어떻게 늘어나는지는 의문이다. ▷ 이마 이치코 中 전 날 늦게까지 딴 짓하고 주말이라 느긋하게 늦잠을 좀 즐기려고 했겄만 그 날은 아침부터 전화기가 드르럭 거렸다. 어머니가 신나서 보내준 꽃무릇 사진 덕에 놈도 덩달아 신이 나서 온몸을 흔들어 재낀 덕분이다. 재작년인가 옆 집에서 한 삽 분양 받아 오시더니 드디어 꽃이 피었나 보다. 붉은 색의 꽃 때문인지 날 좀 보소 하던 전화기가 한껏 상기된 듯 보였다. 대문 옆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없는 듯 하던 곳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는데 어머니는 나름 그곳을 엄청 공들이고 계셨던 거다. 밖을 나서서도 .. 2014. 9. 26.
잔가지가 많이 뻗은 쪽이 남쪽, 이끼가 많이 낀 쪽이 북쪽. 혹시 내가 해질녘까지 돌아 오지 않으면 너 혼자 산을 내려 가야 돼. 늑대걱정 하지마. 늑대같은 거 이 산에 없으니까. 다행이 오늘이 보름이니까 달빛은 있을거다. 우리가 출발한 마을은 서쪽에 있어. 나뭇가지를 잘 살펴. 잔가지가 많이 뻗은 쪽이 남쪽이다. 나무나 돌에 낀 이끼를 보면 이끼가 많이 낀 쪽이 북쪽이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물소리를 따라가.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마을이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 ▷ 별순검 시즌3 中 2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을 그닥 좋아 하지는 않는다. 초반부터 이어져 왔던 캐릭터가 본래의 색을 잃은 느낌이 들어 좀 안타까웠달까.. 인간 생명에 대한 진지함이 좀 덜하다고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건우가 했던 대사는 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드라마.. 2014. 9. 16.
포차예찬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구름이 새찬 비를 뿌렸다. - 비도 오는데 대포 한 잔 콜? 달뜬 목소리로 녀석이 종용했다. 주머니사정따윈 아무래도 좋을 놈이다. 열심히 달려온 하루가 보여주는 잔뜩 구겨진 재킷을 벗어 걸치고, 다만 우동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이면 그것으로 족했다. 어쩌다 사치라도 부리고 싶은 날엔 셔츠 단추 하나쯤 더 끌러 재끼고 닭똥집 하나 호기롭게 추가하면 그 뿐이었다. 저도 나도 하루의 고단함을 쓴 소주 한 잔으로 털어 버리고 비닐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말 하지 않아도 좋았다. 세상사 힘든 거 매한가지니 뒷담화는 하지 말자며 사람좋게 웃는 앞에서 어느새 난 마음자락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온전히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었다. 굳이 비오는 날이 아니어도 좋다. 낮에 달궈진 .. 2014.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