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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포차예찬

by 셈틀씨 2014. 8. 28.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구름이 새찬 비를 뿌렸다.
  - 비도 오는데 대포 한 잔  콜?
달뜬 목소리로 녀석이 종용했다. 주머니사정따윈 아무래도 좋을 놈이다.


열심히 달려온 하루가 보여주는 잔뜩 구겨진 재킷을 벗어 걸치고, 다만 우동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이면 그것으로 족했다. 어쩌다 사치라도 부리고 싶은 날엔 셔츠 단추 하나쯤 더 끌러 재끼고 닭똥집 하나 호기롭게 추가하면 그 뿐이었다. 저도 나도 하루의 고단함을 쓴 소주 한 잔으로 털어 버리고 비닐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말 하지 않아도 좋았다. 세상사 힘든 거 매한가지니 뒷담화는 하지 말자며 사람좋게 웃는 앞에서 어느새 난 마음자락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온전히 내편이 되어줄 사람이었다.

 

굳이 비오는 날이 아니어도 좋다. 낮에 달궈진 땅의 열기가 흩뿌리는 엷은 바람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어 주는 곳.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쏟아질듯한 별빛이 멋진 인테리어 그림이 되어 주는 곳. 말로 하는 토닥거림 따위가 아닌 그가 채워 주는 잔 하나로 위로가 되는 곳. 불현듯 다가온 풀벌레 소리의 서늘함이 안주가 되는 곳.

 

그곳이 내일을 꿈꾸던 우리들의 포장마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