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해질녘까지 돌아 오지 않으면 너 혼자 산을 내려 가야 돼.
늑대걱정 하지마. 늑대같은 거 이 산에 없으니까.
다행이 오늘이 보름이니까 달빛은 있을거다.
우리가 출발한 마을은 서쪽에 있어.나뭇가지를 잘 살펴. 잔가지가 많이 뻗은 쪽이 남쪽이다.
나무나 돌에 낀 이끼를 보면 이끼가 많이 낀 쪽이 북쪽이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물소리를 따라가.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마을이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
▷ 별순검 시즌3 <금수산> 中
2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금수산>을 그닥 좋아 하지는 않는다. 초반부터 이어져 왔던 캐릭터가 본래의 색을 잃은 느낌이 들어 좀 안타까웠달까.. 인간 생명에 대한 진지함이 좀 덜하다고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건우가 했던 대사는 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드라마 내에서 이 대사가 존재한 의도를 추측해 보자면, 건우가 이 말을 하고 난 뒤에 연두와 서로 부적이 어쩌구저쩌구하며 주고 받은 것으로 보아 둘의 심리적 거리가 한층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함인 것 같았지만(...) 그런 흐름과 상관없이 대사의 단면에서 난 상당한 공포를 느꼈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 낯선 곳에서 홀로 길을 잃고 두려움에 떨었던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 버려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 시간즈음 매주 반복되었던 이별의 고통이 느껴진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한참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해질녘.. 그 예쁜 시간만 되면 꽤 오랫동안 우울감을 경험해야 했었다. 아마도 건우의 말에서 그 때의 공기를 맡았었나 보다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서 사라진다는 것,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다는 것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연두가 말한 다시 돌아오라던.. 그리고 건우가 대답한 돌아오겠다는 둘의 대화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더랬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인생에서 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앞으로 한 걸음 내 딛기 위해서는 나의 목적지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항상 마음 속에 지도와 나침반을 지녀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