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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우리는 여전히 대숲 옆에 산다.

by 셈틀씨 2014. 8. 23.

 

 

                                                                                             [대나무 숲속엔 언제나 시원한 공기가 흘렀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이 모인 곳이면 여기 저기 생겨났던 OOO옆 대나무숲을 기억하는지.. 이년 전 출판사X에서 시작된 대숲은 말그대로 우후죽순 - 혹자는 루후죽순(泪後竹筍).. 눈물의 대숲이라 칭하더이다 - 생겨났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던 대나숲에서 유래한 그곳에는 처음엔 재잘거림이 많지 않았으나 알음알음 그 수는 많아졌다. '세상사 모르는 것이 약일 수 있으니, 누가 썼는지는 알려고 하지 말라'는 암묵의 룰이 있었지만, 대숲은 결국 나름의 자생력을 잃어 버리고 짧은 흥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거대 익명의 커뮤니티와 같았지만 각 대숲을 들여다 보면 그 속은 좁은 바닥 - 또는 업계 - 의 사람들만이 아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다.  바닥외 사람들이 글을 읽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낯선 세상을 관음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뒷담화를 위한 공간인지라 그 속에는 공통된 직장생활의 애환, 슬픔들로 가득했서 누구든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이었다.

 

꼰대들을 욕하고 신입을 무시하며 고문관을 답답해하는 모습들에서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을 느꼈지만 종국엔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걸 알고 있어 씁쓸하기도 했었다. 그때 사람들은 애사심따윈 쌈싸먹고도 쉬이 떠날 수 없는 대숲옆 삶을 대숲에다 털어 놓으며 숨쉬고 희망을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대숲 옆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