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생이라는 사각 컷 속의 그림을 본 건 어느 아침 무료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걸 통해서 였을 겁니다. 제목은 미생(未生)이었고, 붉은 눈을 가진 채 미역 널어놓은 듯한 헤어스타일링을 하고 있는 오과장님의 모습을 보고는 윤태호작가님의 전작인 <이끼>같은 스릴러 장르의 그것인가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 웹툰으로 연재되는 걸 찾아본 건 4~50수 정도 쯤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
착수 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지나는 동안 바둑만화인가? 했다가 월급쟁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걸 보고 독특하구나 그러면서도 상당히 디테일하구나 생각했었어요. 프로기사로의 꿈이 좌절된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 종합상사에 입사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속에서 동기, 상사들과 함께 회사생활이라는 걸 합니다.
각 수는 조훈현9단 녜 웨이핑9단의 대국, 그 한수들로 시작합니다. 바둑이라는 스포츠(?)를 전혀 알지 못해서 별 의미 없이 봤는데 웹툰 댓글에 그 바둑 수의 의미에 대해 적혀 있는 걸 보고 꽤나 인상적이었네요.. 그리고 이 만화가 145수가 되리란 것도 알게 되었구요..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요..^^
함께 이 웹툰을 본 D군은 '인물들이 너무 착해서 현실성이 없어!' 라는 평가를 내뱉었지만.. 그래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현실의 위로 받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네요. 우리의 직장생활이 영업3팀이기는 어려울 겝니다. 오히려 타 부서의 경우가 더 많을 테지요.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이 참 가슴을 치더이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가족들,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웹툰에는 굉장히 많은 메시지들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건 아마도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수 많은 메시지들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게 사람이 회사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콕 집어 말로 풀어 준 부분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어떤 직업, 회사든 시스템이라는 것 속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이 좋다 싫다를 평가하는 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하루하루 갱신해가는 직장 몇년차라는 타이틀 속에서 여전히 꿈꾸고 있는 나의 멘토.. 그 모습을 붉은 눈의 가슴따뜻한 워커홀릭 오차장님을 통해서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재되는 동안 미생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애착하는 분이에요.. 그리고 팀 회식장면 참 좋아요. 인생 선배가 다독여 주는 따뜻한 장면들이어서.. - 예전 어떤 글에서도 썼던 것 같은?! - 곱창먹구 싶드아~!
그 이야기들이 작가의 경험이 아니고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통해서라는 후기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쵝오!!! d(><)b
이제 완결도 되었으니 앞으로는 책꽂이 한 켠에 전권을 꽂아 놓고 곱씹게 되겠지요.. 내년에 돌아 올 것을 예고한 다음 시즌이 어떤 모습일 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