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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못난이 주의보 (2013) - 희생과 상처, 그리고 길을 찾는 사람들

by 셈틀씨 2013. 7. 17.

 

  

이 드라마에 대해 처음에 들었던 건 '또 안내상이 또 찌질하게 교통사고로 죽더라'로 시작된 어머니의 이야기에서였었네요. 그렇고 그런 출생의 비밀과 복수로 얽혀 있는 일일드라마겠거니 생각 했었는데.. 대충 들려 주시는 줄거리가 피아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 그 아이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살짝 있었던 듯도.... -

예전 어느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개인적으로 착해 빠진 캐릭터들의 성장 스토리를 무지 좋아하는 지라.. - 결코 착할 수 없는 현실의 자신에 대한 보상 심리랄까.. - 한 번 보자 싶었습니다. 뭐 본방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시간대라 주말에 몰아서 재방송해 주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결국 공씨남매와 도희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네요.. 그려..

타임워프 후 미묘하게 어긋난 그들의 나이 차이와 땀 뻘뻘흘리며 뛰어 다니는 준수(임주환)에게서 얼마나 많은 쉰내(?)가 날까라는 등등의 디테일한 부분은 쿨하게 넘아가 주시고..........는 개뿔..... 어차피 드라마란 스스로의 경험치에 비추어 같이 울고 웃자고 보는 주의라 분석질을 선호하지 않는 게으름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쿨이고 자시고 생각하기 귀찮아서 못따지는 거라는(...) ㅡ.,ㅡa;;;;;



| 희생


 

공준수라는 인물이 드라마 상에서 이 희생이라는 단어를 대변하고 있습죠..네.. 텍스트로만 봐서는 꽤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극 속에서 준수의 삶을 차근차근 밟아 따라가다 보니 그의 선택이 제법 설득력이 있어 어느새 녀석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되더랩니다. 

사기꾼 아버지 상만(안내상)때문에 본의 아니게 강한 생활력을 배울 수 밖에 없었고, 풍경 소리 같았던 새어머니 선혜(신애라)를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 거기에 더해 똘끼 충만한 초긍적적 마인드도 함께요.. - 초긍정 아신또라이 준수.. 계산없이 사랑하는 이런 캐릭이 참 좋네요.. ^^ -

그러다 한 순간에 사라진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 준수는 희생이란 단어로 설명되는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놈이었습니다. 처음 출소 후 집을 찾은 준수에게 나리(설현) - 태어나면서 준수등에 엎혀 자란 가슴저린 막내 - 가 쥐어 준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지폐.. 왜 그래야 하는 지 모르겠는데 미안하다구요.. 라는 말을 듣는데 어찌 그리 아프던지.. 이 때 준수한테 감정이입 지대로 되는 바람에 울컥울컥 했었단 말임다.. 

진주(강별)의 입에서 설명되던, 육년동안 세 동생 먹여 살리면서도 형, 오빠소리 한 번 못들었다던.. 십년 만에 나타나서도 인생에서 나가달라던 이야기를 들었어도 동생들을 위할 수 밖에 없었던 준수였습니다. 그들에 대한 사랑 - 징그러운 착한 척이 될 수 밖에 없었던 - 과 어찌보면 죄책감.. 또 그냥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잘 살고 있어줘서 고마운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리... 

성공하지 않아도 좋겠고, 몸 편히 뉘일 곳 찾지 못하더라도, 그 어찌할 수 없는 죄책감을 덜고 정말 마음으로 웃을 수 있게 되는 준수를 정말 바라게 되는군요..

 


| 상처


 

세상에 상처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딨겠습니까만.. 느닷없이 인생에 끼어든 사기꾼 아저씨 때문에 발레리나로의 꿈도.. 사랑하는 어머니도 잃어 버린.. 결국 공부도 마치지 못하고 미용사로의 일을 해야만 했던 진주.. 그녀의 상처는 깊지만 단단한 껍질속에 싸여 터지지 못하고 안으로만 안으로만 곪아 가고 있었습니다.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고 준수에게 아픈 소릴 하면서 스스로에 더 상처내고 있는 그녀가 참 아팠네요..


상처란 자고로 겉으로 드러내어 터트려서 그 자리에 새살이 돋아야 낫는 법인데.. 그런 그녀를 보듬어 주는 가족들과 아직은 미덥지 못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철수(현우)로 인해 치유될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하지만 시월드 크리 작렬할 듯해서 그 인생도 참... 안쓰럽더이다.

아버지 일평(천호진)과 정연(윤손하)의 결혼은 어린 도희(강소라)에게 상처가 되었죠. 극복하지 못한 상처대신 대기업 나실장, 동대문가게 나사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몇 개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 도희는 능력자!! -  그녀의 상처는 어느 날 벼락처럼 나타난 멀미병 환자를 치유하면서 스스로도 함께 치료해 나갈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희의 상처를 알아 봐준 준수니까.. 그러면서 그렇게 질색하던 미친사랑이란 걸 열병처럼 앓게 되겠지요.. 

이리 사랑스럽고 멋진 여자라니.. 그리고 이런 여자를 울리다뉫!! 준수야.. 너 좀 맞자!!!!

어쩌면 그때 그 사건때문에 앞으로 최대 멘붕을 경험할지도 모를 현석(최태준)은 냉정함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검사가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 가장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녀석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네요..과연 예전의 재잘거리던 현석이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 그런 녀석이 주영(신소율)이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도.. 그녀와의 관계가 어찌될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듯..

그 상처들 속에서 탈선하지 않고 이렇게 멋지게들 성장하다니.. 이런 비현실적인 녀석들 같으니라구..

 


| 길



진주가 평탄한 길을 놔 두고 가시밭길에 더 마음이 가 그 길을 가고자 선택했듯이.. 준수가 잃어 버린 그 길 위에서 결국은 도희를 향해 가게 될 겁니다.

드라마 피아노에서 경호에게 아버지가 경호의 안경이었듯이 준수에게 있어 도희는 길을 잃게 하지 않을 나침반이자 등대.. 혹은 북극성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도희의 나침반이 준수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세상을 살면서 도희같은 인물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진정한 판타지로세... 준수.. 이 부러븐 넘..

 

도희가 별을 바라 보는 옥상의 의자가 어느사이 이인용으로 바뀐 걸 보니 그 옆자리의 주인은 준수?! 둘이 나란히 앉아 별을 보는 씬도 기대해 봅니다.

 


| 가족


 

공씨남매의 마스코트 나리, 나씨집안을 보듬고 있는 상진(이순재).. 이 귀요미 콤비를 어쩌면 좋습니까? ㅋㅋ 이 콤비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면 그냥 훈훈하군요..

극 중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 밥상머리 씬들이 참 좋더이다.. 가족이라면 당연하지만 쉬우면서도 현실에서 결코 쉽지않은 부분이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거.. 참 좋아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 받아도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이름일테니까.. 준수도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스스로가 말했듯이 다치고 아파하면 치료해 주고 안아 주면 되니까... 그게 가족이니까..

 

 

| 그리고...

하지만 아직 드라마의 1/3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이 녀석들의 시련은 현재 진행 중일 테고.. 조금씩 투척되는 떡밥들로 보아 드러나지 않은 갈등들도 속속 수면위로 올라올테지요.. 때문에 덜 자란 그들 마음의 성장통은 계속될테니 우리는 계속해서 맘 졸이며 지켜 봐야 할 듯 싶네요..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진다고 했던가요.. 실제 인생이라면 그 희생과 상처가 지독하게 서글픈 엔딩으로 이어져 있을 수 있을 거란 걸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게 함 to the 정!! 일.테.지.만. 이 녀석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가슴앓이를 할 지 한 번 계속 지켜봅시다.. 드라마라는 특성 상 그 끝은 해피엔딩일테니 믿고 녀석들을 응원해야 겠습니다. - 이러다 통수 맞으면 스크래치 장난 아닐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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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 화면, 반짝이는 야경 덕분에 볼 때마다 안구 정화 제대로 하는 중..
* 매 회마다 소금밭을 이루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인물들 사이의 오해를 시간차 공격없이 돌직구로 깔끔하게 풀어 주는 게 상당히 상쾌한 느낌.. - 오해가 쌓여 틀어지는 이야기는 답답해 죽을 지경인지라 싫어요 ㅠㅠ -
* 이 아신아신한 커플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감정선을 보여 주는 건 좋은 데, 가끔 적응못할 오글거림 크리에 정신적 데미지를 입고 있는 건 안비밀 ㅋㅋ.. - 극 상에 스스로 오글커플이라 디스(?)했다는 후문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