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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설국열차 (2013) - 눈의 세상을 일주하는 열차를 타고.

by 셈틀씨 2013. 8. 17.

 

 

 

갑작스런 일로 통장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모드였던지라 영화따윈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여름 더위엔 영화관 피서가 최고다.. 영화관을 갈땐 양갱을 가져가야한다.. 며 알 수없는 소릴하는 친구녀석 덕분에 문화관람비를 사용해기로 전격 결정!

 

'살인의 추억' 그 불편한 재료를 훌륭하게 요리해낸 봉테일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설국열차는 보고 싶단 생각을 했던터라 갈등없이 예매를 합니다. 스크린 독과점 폐해등의 논쟁은 잠시 차치해 두고서.. 예고영상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온전히 스피사모드로의 감상 돌입이 가능했죠. 다만 영화평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더란 이야기는 미리 들어서 기대치는 좀 낮추고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 왜, 어떻게 등등의 근본적인 큰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 일단 익스큐즈해 줘야 맘껏 관람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영화가 시작하면 왜 지구가 새하얀 눈으로 덮히게 되었는지를 우선 설명합니다. 지구 온난화때문에 점점 더 더워지는 기후를 조절하기 위해서 CW-7라는 물질이 살포된 탓에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설정이죠. 그 결과 눈의 나라에서 모든 생명체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고 다만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기차에 올라탄 인류만이 그 폐쇄된 공간에서 17년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차는 1년에 한 바퀴의 레일을 돌며 쉬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이 걸 보니 감독의 전작에서 '괴물'이 왜 생겨났는지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감독은 세상의 재난은 인간으로 부터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스크린은 설국열차에 무임승차해 살아가고 있는 꼬리 칸 사람들을 먼저 보여 줍니다. 앞 칸에서 제공하는 단백질 블록으로 끼니를 연명하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그들입니다. 이 꼬리칸 사람들은 계급으로 철저히 나뉜 이 열차에서 반란을 계획하고 일으켜 한 칸씩 진격하면서 열차의 진실에 조금씩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데 친구 녀석은 왜 양갱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을까...요...ㅡ.,ㅡa;;;;;; 음... 과연 이 영화가 양갱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약간 궁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친구에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이라는  감상평을 전했어요. 너무나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담아 내려니 각각의 스토리가 너무 압축되어 버린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설명되지 않은 여러 장치들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 답답한 탓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각 인물들을 각각 떼어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도.. 혹은 열차의 각 칸의 사연을 스핀오프 영화 하나씩이나 혹은 장편 드라마로 만들어도 되겠더라구요. 그 중에서 '7인의 반란'이 편이 가장 구미에 당기더라는.. 이 선두에 섰던 이누이트족 여자가 남궁민수(송강호)의 아내? 요나(고아성)의 엄마? 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꼬리칸에서 엔진칸을 관통하면서 보여지는 모습에서 이 세계의 역사, 계급의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열차의 모든 칸을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를 따라 지나가면서 만약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있을 곳을 정할 수 있다면 토마토를 재배하는 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간간히 엿보이는 유머코드를 일부 담당하시는 이 분.. 메이슨(틸타 스윈튼)이라는 캐릭터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건지도... 커티스역에 제이크 질렌할이 욕심을 내었다는 말을 후에 들었는데 그랬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 봤구요..

 

그리고 엔딩장면은 영화시작부분부터 나름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굉장히 희망적으로 다가 왔기 때문에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없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자연은 그 스스로를 회복할 능력이 있고 생명체들은 때를 기다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 거대 자연에서 미미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거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관람을 하고 또 깊이 있는 철학적 곱씹음따윈 쏘쿨하게 패스하고 눈의 세상을 달리는 이 열차를 다양한 관점에서분석하는 글들을 찾아 보고 감탄하며 즐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