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라는 장르로 구분된 영화들을 접하기 힘든 이유는.. 물론 개인적인 무관심이 가장 크겠지만, 가까운 곳에 개봉관을 찾기 힘든 이유도 분명 한 몫 할 것입니다. 이 [달팽이의 별]도 집 근처엔 개봉하는 곳이 없어서 아리랑시네센터에 예매를 했죠..아리랑 고개넘어 찾아간 그 곳에는 적당한 수의 관객이 있었습니다. 어린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인 그 곳엔 광고도 보여 주지 않고 바로 영화가 상영되는군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영찬씨와 척추 장애로 조그마한 순호씨.. 이 두 사람의 느리고 조용한 일상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보이고 들리고 또 보통사람만큼의 키를 가졌기 때문에 솔직히 그들의 고통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 또한 그들의 장애를 극복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여 주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 고통스런 과정이 없었을리 없겠지만 영화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보통의 연인들이나 부부들처럼 대화하고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영찬씨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손"입니다. 순호씨나 주위사람들이 손으로 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 점자책을 손으로 읽으며, 세상과 자연을 손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엔 유독 "손"이 많이 보이네요. 눈이 되고, 귀가 되고, 그리고 입이 되는 그 "손"이..
세상의 다른 곳.. 달팽이의 별에서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주인들의 모습을 훔쳐본 느낌입니다.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 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 올 것이다"
-우주인 영찬씨의 자작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