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의 장점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예상하지 못한 재기넘치는 극본과 연출의 발견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런 기대없이 봤다가 뒤통수를 딱 후려맞거나 가슴 두근두근 하는 경험을 선사해 주곤 하죠..
그날.. 세미나에 참석하고 받은 기프티콘으로 딥따 큰 커피 한 잔 마시고서 이 불면의 야밤을 어찌 보내려나 하는 새벽이었죠.. 짧은 단막극이나 볼까 IPTV를 뒤적이다 누군가의 SNS에서 본 듯한 제목 <딸기아이스크림>을 기억하고는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로코물인가.. 하다가.. 그 다음 다리가 무너질 땐 사회성을 반영한 블랙코미디려나..하다가.. 보내질리 없는 문자메시지가 띠링 날아올 땐 급기야 호러물인가?.. 했다능..
흑백이었던 추억의 장면들이 컬러로 보여지며 끝날 때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심야에 봐주어야 하는 드라마인 듯 싶네요..
공식홈페이지의 내용을 봤다면 보면서 장르의 추리는 하지 않았을 텐데요.. 음..
<공홈의 소개글> 준경은 3주년 기념일에 기정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녀는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전에 편의점에서 기정이 자주 타는 버스가 강으로 추락했다는 뉴스를 듣는다. 혹시나 해서 기정에게 연락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그의 집에 찾아가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실종자 명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여전히 기정에게 아무 연락이 없어 준경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 진다. 그녀는 기정의 부재 속에 지난 3년간의 아름답고 아픈 사랑의 기억들을 반추하며 그를 기다린다. 그가 더 이상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별 일 없지?>라는 기정의 메시지가 온다.
준경(엄현경)이 반추하는 기억 속 기정(김영훈)과의 첫 만남과 그들의 일상은 흑백입니다. 흑백 속에 딸기아이스크림만 제 색을 내고 있어서 판타지의 느낌을 보여 주지만.. 그 일상은 연인들의 현실을 꽤나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야근크리..라던지.. 준경이 실종자 수색명단에 기정의 이름을 적으며 관계란을 기재할 때 머뭇머뭇거림..이라 던지.. - 결국은 직장동료라고 쓰고 두 줄을 긋고 여자친구라고 고쳐쓰게 되죠..-
누군에게나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딸기아이스크림 -준경에겐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같은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또 다른 후회의 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