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시작 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 한비야 <중국견문록> 中
같은 길을 여러 해 다니다 보면 늘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가게들이 문닫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요즘은 더 자주 보인다. 예전엔 가게가 정리되고 나면 곧 또 다른 가게가 들어 오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난 자리가 아주 오래 비어 있다. 그 자리가 오랜 불황의 끝을 보는 것 같아서 꽤나 슬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진리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갑작스런 이별에는 항상 마음이 시리다. 오며 가며 스친 인연이었을지언정 떠나는 길 꽃 길만 가득하길 바라 본다. 어쩌면 그 길이 내 오랜 인연의 길일 수도 있을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