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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까치집

by 셈틀씨 2017. 3. 17.

 

머리 위에서 시끄러운 새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새똥이라도 맞을까 싶어 퍼뜩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까치 한 마리가 앙상한 나무위에 조그마한 나뭇가지들을 조심스레 얹고 있었다. 또 한마리는 바로 옆 가지에 앉아 고개를 까딱이며 떠들어 댔다. 그 소리에 애써 날라 놓은 가지들이 떨어질까 염려 될 지경이었다. 포로록 다른 나무로 날아가 그만한 가지를 또 물고 왔다. 가지에 가지를 얹는 속도는 무척 더디기만 했다. 집을 짓고 있나 보구나. 너네 둘이 잘 집인 게냐 싶어 신기했다. 좋은 소식 전해 준 적 없는 까치지만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 두 주쯤 지나 다시 공원을 지날 일이 생겼다. 따사로운 햇살이 살포시 얼굴에 닿아 광합성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다. 까치 한 마리가 여전히 나뭇가지를 나르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그 까치를 따라 이 나무 저나무를 옮겨 다니며 고개만 까딱였다. 어쩐지 얄밉다. 일전에 본 까치가 그 까치인지 알 수는 없었다. 왜 한 마리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어 보고 싶었으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성실하게 일했나보다. 제법 집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더 이상 물어 나른 가지들이 떨어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뚝딱뚝딱 집을 지어 올리는 걸 보니 대단한 건축실력이네. 부럽기도 했다.

 

봄이 되어 최근 집짓기는 끝난 모양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제법 튼튼해 보여 여름 장맛비에 휩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새는 누구에게서 집짓기를 배우는 것일까. 저절도 알게 되는 것인지. 그냥 알게 되는 거라면 나도 배우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되는 일이 많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