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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복권

by 셈틀씨 2017. 2. 22.

 

단 하루도 춥지 않은 날이 없었던 지난한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세기의 발명품이라 칭찬하고픈 핫팩만이 언 손에 온기를 주었다. 매화나무에 활짝 핀 봄 꽃이 어느새 시린 바람 끝에 찾아 왔다. 비집고 들어 오려는 오만한 바람이 부드러운 봄 바람과 맞짱뜨고 싶어하는 날이었다. 그 날따라 우울함에 우울함이 더해져서 퇴근 길 불이 켜진 복권판매소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들이 밀며 복권 한 장을 샀다. 한 장이요? 하며 재차 묻는 걸 보니 한 장만 사는 사람은 없나 싶었다. 뭐 복권 당첨같은 운이란 거 내 생에 없을테니 한 장으로 충분했다.

 

 

많이 우울할 때 가끔 복권을 산다. 안될 거 뻔히 알지만 그래도 한 주 동안의 꿈을 사는 거다. 돈이란 자고로 그 가진만큼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말이다. 그렇게 견디어 살아 나가는 게 삶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