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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킬미, 힐미 (2015) - 아이는 그렇게, 기적처럼 어른이 된다.

by 셈틀씨 2015. 3. 14.

  

 

친구녀석이 예고도 없이 30인치 크기의 다스베이더를 데려와서는 엑스파일 포스터 앞에 떡하니 전시해 놓았다. 그 방을 보니 재벌3세 다운 돈지랄로 화끈하게 입양해 놓은 것들이 다시 보였고 과연 한국으로 가져갔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난 일코할 거임. 이라고 녀석에게 뱉었지만 그것들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 이 기시감은 뭐지..?

 

 

시작은 그 장면이었던 듯도 싶다. 그러다가 성실하고 착해빠진 주인공들에게 눈길이 갔고, 유쾌한 병맛이 흥미로웠다. 사실 드라마 중반을 넘기면서는 많은 공중파 드라마들에게서 보이는 초반과 후반의 온도차때문에 미묘한 불편함은 분명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의 사정 때문이겠지..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던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에 드라마자체가 굉장히 사랑스러웠던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하나같이 취향저격인 녀석들. 이런 게임 공략 같은 캐릭터 플레이가 대중들의 호불호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병맛과 염전밭을 오가며 동화적인 이야기와 화면으로 풀어내면서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의 주제를 전면에 드러내 준 것도 고마운 부분이었고 말이다.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순정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었다. 도현의 일곱 인격과 쌍리의 쌍둥이 남매 캐릭터는 각 캐릭터별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각 커플링이 가능할 정도로 그려 졌다. - 공식 서브커플 요나 X 리온.. Peace~! - 각자가 스핀오프 극의 주인공이 되어도 충분할만큼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2차 창작물이 대거 쏟아질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충분했다. 나라면 가면라이더 덴오같은 히어로물을 구상해볼 테지만.. ㅋ 

 

 

설렘설렘 열매를 먹으면서 그들의 만남을 지켜 봤고, 여운쩌는 작별인사를 했다. 살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들이지만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선 사라져야 하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또한 살기를 원하는 아이러니가 참 짠한 부분이었다.

 

너에겐 이름이 있었어

▷ 우라사와나오키 <몬스터> 중

 

 

이름없는 괴물이었던 요한은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더 이상 몬스터가 아니게 되었다. 이름이 부여하는 정체성의 문제와 유년의 때에 가졌던 트라우마와 죄책감이 고통스러운 삶을 지배하는 것을 보면서 요한과 안나가 생각이 났다. 사실 그런 상처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정신병자로의 비극적인 삶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을 테다. 죄의식때문에 해리장애를 앓는 <장화, 홍련>의 수연이나 학대로 인해 여러 인격들이 자기안에 살게된 <아이덴티티>의 말콤의 이야기의 강렬함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인물들처럼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도현겠지만 드라마는 도현의 교대인격들을 아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면서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 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들 스스로 교대인격임을 자각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결말을 예상 가능하게 했던 부분도 있어 응원하며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종국엔 두 손을 잡고 밝은 빛으로 걸어 나오는 도현과 리진의 모습은 희망적이었다. 아이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과거의 고통은 관계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다독여 주는 장면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