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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메이즈 러너 (The Maze Runner, 2014) - 미로를 달리는 소년들, 벽을 넘다.

by 셈틀씨 2014. 12. 22.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기억이 삭제된 채 미로에 던져진 건 <큐브>나 <쏘우>를 연상시키고, 소년들의 생존기는 <15소년 표류기>쯤이 떠올랐다. 여기에 외부의 세력이 개입된 것에 <배틀로얄>이나 <헝거게임>이 생각난 건 비단 나만은 아닌 듯 싶다. 거기에 더해 미로밖에서 위협해 오는 그리버는 <진격의 거인>이 생각나게 했다. 세기말의 암울한 상황은 늘 있는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대단히 흥미롭게 읽혔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미래를 희망하며,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그리고 그 곳을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길을 찾으며 살아가는 소년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는 점이 그렇게 느끼게 했던 것 같다. 그런 규칙을 만들고 현재의 삶이 유지되기 위한 3년 동안의 갈등을 보여 주진 않았지만, 하나의 집단이 그런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게 그리 쉽진 않았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인 알비가 위대해 보였더랬다. 이 곳 최초의 여자아이인 트리사가 도착했을 때의 소년들의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이 곳이 평화로울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그냥 단지 착했던 때문이었을 지도(...)

 

미로의 문이 더 이상 닫히지 않게 되면서 소년들은 글레이드를 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로 갈등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온 규칙을 지키며 안정된 삶을 꿈꾸는 아이들과 이 곳을 지배하는 세력에서 벗어나 탈출구를 찾으려는 아이들.. 이 두 집단이 다 이해가 되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이기심을 영화에선 훈내나는 이 아이들 사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그런 불편하지 않은 점이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스코치 트라이얼>이 개봉하기 전에 소설을 먼저 찾아 읽게 될 것도 같다. 용감하고 착해빠진 아이들을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