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서 이 만화의 판권을 사서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최근 일본에서 제작되어 곧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결국 영화화되긴 되나 봅니다. 해서 오랜만에 꺼내 다시 보게 되었더랬습니다.
어느 날 뱀처럼 생긴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의 귀를 통해 들어와 인간의 뇌를 장악합니다. 그들은 장악한 인간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다른 인간을 '먹는' 행위를 하죠. 그러나 스스로 살 수 없어 인간의 장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기생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런 설정때문에 컷컷마다 인간의 신체는 절단되고, 내장은 튀어 나오고, 피가 뿌려지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어요. 이와아키 히토시의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체가 이런 장면들과 참 잘 어울렸던 것 같네요. 하지만 만화는 이런 기생수들의 지구장악 이야기라던지, 이 기생수들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보여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만화의 제일 첫머리에 던져진 나레이션의 내용처럼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죠.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누군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신이치 - 일명 신일이 : 해적판에서 명탐정 코난의 걘 공신일.. 얜 천신일.. - 도 이 기생수에 공격당하지만 뇌가 아닌 오른손까지 뿐이었습니다. 이때문에 뇌를 먹은 다른 기생수들과는 달리 '오른쪽이'라고 명명된 녀석은 생존을 위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신이치의 일상을 함께 하고 보호하며 신이치와의 기묘한 공생을 시작합니다. 이들이 또다른 인간들과 기생수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인간은 어째서...?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받게 되죠. 초반 신이치와 오른쪽이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일방적인 인간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잘 보여 주고 있는 게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만한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인간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건 기생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의 시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생수들은 처음엔 본능적으로 인간을 먹는 행위만을 했지만 학습을 통해서 시체를 숨길줄도 알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전혀 모르는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어떤 미친 연쇄살인마가 인간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걸로 보일테죠. 그리고 점점 토막살인이 줄어드는 대신 행방불명자가 늘어 나는 걸로 보일겁니다.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입을 빌려 보도도 될테구요. 만화내에서도 이런 현상으로 인한 공포는 도시괴담형태로 사회에 퍼집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 어쩌면 우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이런 외계생명체때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뭐... The Truth is out there(...)
영화가 국내에 개봉이 될 지, 개봉이 되더라도 보러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이치와 타미야료코의 대치씬이 가장 클라이막스로 나올 듯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드라마틱해 보이거든요. 어찌 연출될지 궁금하네요. 만화를 천천히 읽어 나가다 보면 처음에는 기괴하게 보이던 오른쪽이가 점점 귀엽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