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ure the Moment
이 사진전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듯 보이네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사진이란 매체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퓰리처상은 신문왕이라 불린 조지프 퓰리처라는 언론인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상으로 언론, 예술 분야를 시상하고 있다고 하죠. 그리고 알고 있는 것처럼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입니다. 총 21개 부문 중 가장 유명한 부분이 사진 분야로, 이 퓰리처상 사진전은 1942년에서 2014년에 이루어진 퓰리처상 사진부문의 작품을 전시한 내용입니다. 특종사진, 특집사진의 언론부문 사진이기 때문에 이 사진전의 사진은 아름다움의 순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찰나를 담아내고 있어요. 그래서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보는 사람의 뒷통수를 세게 치는 힘이 있습니다.
이 사진전에는 어머니와 자식(?)조합의 관람객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히 설명을 하는 젊은 어머니가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었죠. 역시 서울의 부모들이구나 싶기도 했었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중년의 어머니와 젊은 딸이 팔짱을 끼고 돌아 보는 모습도 보였어요. 그 모습이 참 따뜻해 보여 좋더라구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모습은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 세 분이 관람을 마치고 나와 감상을 이야기 하고 다음으로 히말라야 14좌 사진전을 가자고 하시는 모습.. 뭐랄까.. 나이 들어 좋은 벗과의 동행인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과거부터 차례로 본 그 곳에는 싱긋 미소지을 수 있는 웃음의 한 때도 있었지만, 사진이 담아내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 전쟁과 재난의 현장에서 보여지는 공포였어요. 포토그래퍼들은 단지 특종을 위해 목숨 걸며 그 극한의 현장으로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들 나름의 역사적 사명감과 믿음이 있었을 테죠. 그래서 단 한 장의 사진이지만 거기에 기록된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가 울고 웃는 감정을 가지는 이유일 겁니다.
2014년 다시 찾은 사진전은 작렬하던 태양과 화려한 배롱나무꽃도 2010년 그대로였어요. 이번에는 도록도 한 권 장만해서 발길을 돌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