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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호텔킹 (2014) - 치유가 필요한 숱한 사연과 사람들이 있는 곳

by 셈틀씨 2014. 7. 28.


최근 일년 새 거의 유일하게 클리어(?)한 드라마 되시겠습니다(...) 라지만 중후반으로 가면서 어느 순간 미묘하게 호정자인듯 호청자아닌 호정자 같은 모드로 접어들었던 듯 합니다요..

 

드라마는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 <CIEL>의 오픈파티에서 벌어진 아상원(최상훈) 회장의 자살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면서 호텔괴물 차재완(이동욱)과 호텔상속녀 아모네(이다해) 그리고 부회장 이중구(이덕화)와 백미녀(김해숙)가 벌이는 왕좌게임이 극의 가장 큰 흐름이 되고 있죠. 또한 호텔 내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함께 진행됩니다.

 

초반 꼬마 고객님 에피소드에 덜컥 꽂혀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의 영상매체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 보는 소품이 서재의 책장입니다. 방안 가득 꽂힌 책들과 소품에 일종의 동경을 가지고 있어서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을 보면 두근두근하는 게 기분이 참 좋아져요. 우리의 총지배인님 사택의 책장(이라긴 보단 장식장)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인 듯 보이는 책들과 건담프라모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꼬마 고객님이 망가뜨린 프라모델 때문에 멘붕에 빠진 표정을 보면 건프라 덕후임이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1/24 건담이라뉫.. 빼박!! 그래서 건덕후들 사이에서는 재완이 건덕후들의 이미지개선에 도움을 주었다고 훈훈해 했었다는 후문이 있었다죠. 그럼 서재 책꽂이에 여러 피규어들을 전시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 유재학 어쩔.. 지못미.. 무튼 성공한 덕후들 ㅋㅋ - 언제쯤 내 책장엔 가면라이더 피규어 하나 쯤 전시할 수 있으려나(...) 재학의 책꽂이에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던 다스베이더 가지고 싶다... orz -

 

 

이 드라마가 시작할 무렵,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유령호텔>을 한창 읽고 있던 때여서 회장 자살사건과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 났을 때, 호텔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추리물의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연상이 되었었어요. 사건을 막기위해 호텔리어로 위장한 경찰들이 <CIEL>호텔 곳곳에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추리 요소가 많이 들어 갔으면 했었죠. 호텔 프런트의 우현(임슬옹)뒤에서 고스케 형사가 매의 눈으로 투숙객들을 관찰할 것 같은.. 혹은 미모의 미망인 채경(왕지혜)이 유령과 조우하는 장면도 상상이 되버렸습니다. 뭐 장르가 추리물도 아니고 공포물도 아니기 때문에 진행되는 이야기와 예상하는 이야기에는 괴리가 생겨버렸지만 말입니다.

 

작가님 전작이 권선징악의 클리셰를 파괴해 버렸다는 평가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이 호텔의 이야기는 어쩌면 신화에서 그 근간을 찾을 수 있을 국내 드라마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듯 해요. 음모와 배신이 기본 베이스에 아동학대, 중첩된 출비, 위험한 근친에 대한 끌림, 살인, 전대의 악연, 기억장애, 권선징악등등등.. - 다른 단어로 치환하자면, 막장이라 할만한(...) - 클리셰로 인한 익숙함에서 오는 재미와 또한 그로 인한 불편함이 극의 경계에서 계속 줄다리기를 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같이 읽고 있었던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설명하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때문에 재완과 모네의 럽라에 대한 플롯과 네러티브가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이 커플이야기가 드라마의 한 축이긴 한데 그 공식을 따르고 있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누구라도 '바람물질' 탑재해서 어장관리모드로 들어섰다면 '발암물질' 게이지가 상승해서 가차없이 드라마 버렸을 듯 싶네요. 그나저나 재완과 모네 커플 이.뿌.더.이.다. 이 둘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채경과 우현은 결국 주한(진태현)과 더불어 후반에는 쿨하게 응원모드로 돌입하게 되죠. 채경이 호텔을 떠나면서 재완의 차와 스칠 때 잠시 뭔가 먹먹한 느낌도 들었어요. 이 녀석들도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구먼요.

 

마지막화 재완의 나레이션에서 한 쪽 눈을 가린 채 본 화려하게 포장된 풍요와 숨겨진 욕망의 천국 이야기가 32화 동안 풀어낸 호텔의 이야기였다면, 심장이 뛰는 사람이란 걸 깨닫고 알게 된 치유가 필요한 숱한 사연과 사람들의 천국 이야기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되려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바랐던 전개가 호텔을 찾는 고객들과 그들을 맞는 호텔리어들의 사연과 그 사연을 겪어내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진실에 접근해가고 그러면서 화해하는 내용말이죠. 초반에 뿌려졌던 국내파와 해외파의 대립에 대한 떡밥이 화해로 회수되지 못했던 것도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 버린 이야기들이었어요.

 

사실 엔딩까지 보게 된 건 염전밭에 굴러 절여지다 못해 소금이 되어 버린 짠내 몰빵된 각 인생들이 어떻게 행복해지나 보자라는 마음보다는 어쩌면 이 극 전체를 비극으로 몰고간 악의 축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한 마음이 더 컸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무난하게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된 엔딩이었지만 그런 지독한 트라우마를 가진 재완이 앞으로 무난한 인생일리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치유의 손길을 지닌 여신 모네가 있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그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동화같은 엔딩이었어도 어린 시절 보았던 인간 소년과 유령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풋사랑의 결말을 보았을 때 마냥 쓸쓸한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방사수해가며 열심히 보았던 것도 아니고 다음회가 궁금해서 두근두근 기다렸던 것도 아닌데, 끝나고 나니 우리나라 어디쯤 있는 호텔에 가면 이 호텔리어들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