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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Lee Daniel's The Butler, 2013) - 역사의 흐름 속 담담한 개인의 삶

by 셈틀씨 2013. 12. 1.

 

 

흑인이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던 1926년 어느 목화농장. 농장주인에게 몹쓸 짓을 당한 어머니(머라이어 캐리)와 그 농장주인을 불러 세웠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아버지를 목격한 어린 세실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성인이 된 세실(포레스트 휘태커)은 농장을 나와 호텔의 버틀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성실함으로 백악관 버틀러로 34년간의 일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흑인이 백인에게 개죽음을 당해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때에서 대통령이 되는 시절을 묵묵히 살아낸 한 개인.. 세실의 일과 가정사를 보여 주는 일대기입니다. 그리고 그가 관통해 살아온 그 사회적 배경 전반에는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세실의 큰 아들 루이스(데이빗 오례로워)의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인권운동을 통해 불편하고 아픈 미국의 역사를 보여 주고 있죠. 사실 미국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 간 부분이 많았지만요. 그 중에서도 역사상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위치가 상당하구나 극을 통해 느껴졌습니다.

 

좀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묵직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본 친구녀석이 은근히 신경이 쓰였더랬습니다. 로코로코한 걸 좋아 하는 녀석이라서 말이죠. 영화가 끝나고 우리 뒷좌석에 앉은 관객은 재미없다는 한마디를 하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더 눈치가 보였어요. 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은 녀석을 보고 영화는 최대 반전은 너다 라고 한마디 해 줬다는 후문입니다. ㅋㅋ


녀석의 눈물의 포인트는 인권운동의 사회적 부분보다는 세실이 어린 시절 겪어온 배고픈 경험, 아들과의 갈등, 아들의 죽음, 아내와의 화해,사랑에 있었더군요. 황혼에 접어든 아내 글로리아(오프라 윈프리)의 삶이 참 좋았다며 감정이입을 대상을 알려 줬네요.


개인적인 감상 포인트는 대통령들이었습니다. 실제로 8명의 대통령 집사로 일했던 '유진 앨런'이라는 실화의 인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유명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각 대통령들 - 아이젠하워(로빈 윌리엄스), 존 F. 케네디(제임스 마스던), 존슨(리뷰 슈라이버), 닉슨(존 쿠삭), 레이건(알락 린맨) - 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기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아 왔던 미국의 대통령들과의 싱크로가 꽤 괜찮았고, 뒷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성격들을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한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있는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대통령 편을 다시 꺼내 보고 있는 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