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꾸는 곰팅이/감상

사춘기 메들리 (2013) - 풋풋하고 싱그러운 초록빛 그 때, 그리고 그 곳.

by 셈틀씨 2013. 8. 1.

  

풋풋하고 싱그러운 초록빛과 경쾌하게 깔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BGM에 확 끌려서 4주동안 네편을 꼬박꼬박 챙겨 보고 말았다는(...)


 

아버지 덕분에 자주 전학을 다녀야만하는 정우(곽동연)는 남일고에서도 그냥 조용히 지내다가 전학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덕원(곽정욱)을 괴롭히는 영복(박정민) 때문에 볼곰(최태준)과 한 판붙어야 하고, 아영(이세영)에게 복수한답시고 사귀자고 하고, 또 전국노래자랑에까지 나가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말죠. 이 모든 건 정우의 먹튀 - 먹고 튀기 - 계획이었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아들 사랑(?)으로 이 계획은 산산히 부서지고 맙니다. 과연 정우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게 될까요...?

 

1화. 전학생 | 2화. 비밀이야 | 3화. 남자의 자격 | 4화.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목소리

 

 

완결된 곽인근 작가님의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는 원작의 디테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묘하게 판타지스러운 10년전 시골학교 풍경은 멋스럽게 보였고, 그 모습에서 뱃고동소리가 들리던 내 유년의 학창시절이 기억났더랩니다. 별스럽지도 않은 일에 웃고, 울고, 화내던 그 시절..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어서 조용히 잊혀져간 그 곳.. 그 때는 내게 닥친 현실이 힘들고 내일이 걱정스러울 뿐이었지만 돌아 보면 그 때만큼 초록빛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극 중간중간 나오는 쨍~하는 장면과 센스있는 효과음과 브금에 실소가 터지다가도 쏟아지는 빗속 우산이 마주선 풍경에서는 아릿한 느낌이 들죠. 이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의 학창시절을 그리는 게 아니라 아련한 그 때를 추억하는 이야기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덕원과 아영이 덕분에 무모할 수 있었고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그 때를 경험한 건 정우에겐 큰 행운이었을 겁니다.

 

학생들의 염원과 고민을 응축하고 있는 학교라는 특성 상 학생들이 남아 있지 않은 그 곳은 엄청 다양한 괴담을 생성해내는 공포스러운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미지도 경쾌하게 보여 주는 에피소드가 참 인상에 남았어요. 카제하야와 사와코가 함께 여름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바라보는 장면과 겹쳐지기도 했었구요.. 덕원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면서 정우는 더 이상 비겁하지 않기로 하고 한 걸음 내딛으며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소년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갑니다. 깡패같은 현실이어도 그 시절의 추억이 있어서 살아낼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과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의 관계, 그 아이들의 고민을 과하지 않게 표현해주는 연출이 좋았어요. 그리고 적절히 나오는 노래들도 (뜨헉~! 다 좋아요) 전부 챙겨 다시 듣고 싶네요... - 노래자랑에서 불렀던 '하늘을 달리다'는 아영이 처럼 눈물이 날 것 같았던 느낌.. -

 

 

이기지 못하는 경기, 1등이 아닌 노래자랑, 풋풋한 첫사랑이 계속되지 못하더라도 보는 내내 그냥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는 이야기 였습니다. 뭐 학창시절이라는 소재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같은 부조리한 현실을 묘사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토록 순수한 형태로 보여 주는 것 또한  현실일 듯 싶어요. 현재의 내 모습이 과거를 다르게 비추고 있을테니까. 늦은 시간 때문인지 단막극이라는 장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낮은 시청률이 재밌게 본 시청자로 좀 속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예쁜 드라마스페셜 - 단막극들 - 이 계속 만들어 지지 않을까봐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