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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흥미로운 경험들을 즐기는 거야

by 셈틀씨 2015. 4. 22.

 

그래, 물론 인생은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해.

하지만 요령은 순간에 주어진 몇몇 완벽한 경험들을 즐기는 거야.

 

▷ <심슨> 中

 

 

친구녀석이 셀프인테리어를 하고 재료가 조금 남았다면서 박스 하나에 남은 도구들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 주었다. 환기를 시켜야 하니 꼭  따뜻한 날 하라는 애정어린 충고와 함께 마스크도 챙겨 주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나도 지저분한 욕조를 환골탈태 시켜볼 요량으로 코팅부터 한 번 해보자고 주말을 투자해 작업을 시작했다.  

 

세제로 욕조를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구석 구석 사포질을 해 연마를 하고, 그 후 욕조를 싸고 있는 실리콘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대체 뭘 믿고 일을 벌인 거냐 잠깐 후회도 했었지만 심기일전해서 마스킹테이프를 붙인 후 배합한 페이트를 롤러에 뭍혀 칠을 시작했다. 구석진 부분은 붓으로 다시 칠해주고. 12시간을 말린 후 다시 칠을 한 번 더 하고, 실리콘을 쏘고 마무리. 

 

처음 하는 작업이라 그런지 생각대로 깨끗하게 되지 않고, 냄새는 지독해서 머리가 아팠다. 눈도 따끔따금해서 눈물이 주르륵. 내 곰손이 그렇지 뭐 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무렵, 그래도 깨끗해진 놈을 보니 조금은 뿌듯해졌다. 다시 하게 된다면 요령이 붙어 더 잘 할 수 있을 듯한 기분도 들었다. 욕조 코팅 작업에 레벨업이 되었다고 느껴지지만 얼마간은 안할란다. 1UP를 받기 전까진...

 

일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사람이 시작부터 잘하는 일이 어디 있으랴. 아이의 걸음마만 보더라도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처음엔 실수도 하는 법이고, 성에 차지도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잘 하기 위해 사람은 연습이란 걸 한다. 거기에 경험이 차곡차곡 더해지면서 좀 더 잘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툴툴 거리지 말고 우직하게 꾸준히 경험치를 쌓아나가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타일 줄눈 시공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