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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단상

책들을 떠나 보내며

by 셈틀씨 2015. 1. 22.

 

 

 

아직 봄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장을 정리해야 해서 보지 않는 책들을 과감히 처분하자고 정말 가볍게 생각했었다. '이사갈래 책정리할래'라는 전자책광고를 보며 공감백배의 심정도 포함. 그런데 이게 웬 걸... 하루를 꼬박 소비하고도 책들이 정리가 안 되는 거였다. 여기저기 꽂혀 있고 흩어져 있는 내 책들... 뭐 하나 쉽게 버릴 수 없어서 멘 to the 붕!

 

책 한 권 한 권을 들어 찬찬히 훑어 보는데 각 책마다 묻어 있는 추억들이 떠올랐다. 신간 발매소식을 듣자마자 그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가서 바로 집어 들었던 추억. 한정된 예산때문에 서점에서 오래 서성이며 고민해서 선택했던 책들. 작은 엽서에 인사말을 적어 선물해준 친구의 책들. 출퇴근길 소소한 즐거움을 주던 문고판 책과 주간영화잡지들. 지름신님이 강림하여 질러버린 간지나는 하드커버 책들. 언젠가 떠날 것을 꿈꾸며 집어 들었던 여행서적들. 그리고 책, 책, 책들(...)

 

인생이 그런 건가 보다 싶었다.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기쁘다. 그 추억도 참 예쁘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헤어짐이 존재한다. 그 추억만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것도 예의는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로운 책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 만한 공간을 마련해 놔야 하는 거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정리 시작. 기부를 하든 헌책방에 팔든 재활용으로 내어 놓든 처분할 책들을 한 켠에 열심히 쌓아 놓았다.

 

그러다가 문득 또 거기서 떠나 보내지 않을 책들을 다시 고르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이고, 이 미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