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린 건 저만이 아닌 듯 합니다. 같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은 형제라고나 할까요.. <고지전>의 극본가가 <DMZ>의 작가이니 당연하겠군요.. 영화를 보고 한참 흥얼거리게 했던 <전선야곡> - 가요무대에서 듣던 거랑은 확 다른 느낌. 찡한 울림을 주는 멋진 미성이로군요 - 을 부르던 남성식은 JSA에서의 남성식과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네요. .
한국전쟁은 결코 우리에게서 멀리있는 전쟁이 아닙니다. 우리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쟁을 직접 겪었고, 우리들 부모님이 전쟁의 뒤끝의 그 가난 속에서 자란 세대입니다. 실제로 당신네들이 겪었던 그 참상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2년 2개월 간의 긴 휴전협정 중에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뀐 애록고지를 사수하려는 남북의 병사들.. 어리석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엄청난 수의 그들은 말이 통하는 형제들이었고, 그래서 이 사실적인 영화를 보면 당연히 불편하고 아플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북한장교 현정윤이 "내래 확실히 알고 있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 라고 말한 게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전쟁의 이유도 모르고 젊은 생명을 희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멋진 배우들의 열연덕분인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한동안 사양하고 싶어 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