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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로이터 사진전 :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 (예술의 전당) - 찰나는 영원으로

by 셈틀씨 2016. 6. 27.

 

능소화 꽃송이가 땅으로 툭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샌가 굵은 꽃송이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되려나보다. 장마비가 퍼붓고 난 후 잠시 소강상태여서 인지 세상은 더없이 맑고 뜨거웠다. 한강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모습은 이렇게 쨍한 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왜 이런 풍경이 낯설고 그림같아진 걸까(...) 풍성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사르르 흔들리며 반짝거렸다. 잔잔한 강물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물을 밟고 설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저 건너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찍어 놓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도사진이라는 거 참 매력적이다. 환희, 분노, 경악, 슬픔, 안타까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들과 그런 감정이 이러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들어 있으니 말이다. 보도사진의 미덕이 가치판단을 담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보정이라는 행위도 비판받는 분야인 것이다. 포토그래퍼들은 사건의 순간을 기계적으로만 담지 않고 파사체들의 감정도 함께 담아 내고 있다. 그 건 가치판단이라기 보다는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담아낸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진전을 찾았고 나름의 생각을 공유하며 사진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부가 내 앞에서 찬천히 사진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고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사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늘 보는 모습이었다.

 

사진들은 오래 전 사건들이 아닌 내 기억 속에 뉴스를 통해 접한 모습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사진작가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건이라는 이름 뒤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순간을 담아낸 사진들은 아마도 오랜 훗날까지 전해저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