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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국립중앙박물관) - 마주 앉아 미소 짓다

by 셈틀씨 2016. 5. 30.

 

오늘날까지 지상에 남아 전하는 삼국시대 금동불은 국보78호와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제외하고는 30cm 미만의 소형이 대부분이다.

 

▷ 곽동석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미디어, 삼국시대 금동일광삼존불> 中

 

 

 

반가사유상 半跏思惟像이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자세의 상을 말합니다. 이러한자세는 출가 전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도 간다라 지역에서 처음 등장한 반가사유상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해졌습니다.

 

- 특별전 리플렛 中 

 

 

우리나라의 국보 78호 상과 83호 상, 일본의 주구사 상과 교토 고류사 상은 4대 반가사유상으로 불리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의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의 국보 고류사 미륵반가사유상은 만들어진 소재의 차이만 제외한다면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 있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두 반가사유상을 전시하는 내용으로 최초 기획을 잡았었다고 한다. 이 두 불상이 닮았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 연장선 상에서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에 우리나라의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의 국보 주구사 목조반가사유상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전시된다고 했다.

 

이촌역을 나와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는 짧은 시간에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모자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그 볕을 피해 나무 그늘, 건물 그늘 아래에 아이들과 나들이 온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늘 와도 고즈넉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료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별도의 매표없이 들어 가면 되었다. 특별전 개최를 설명하는 글을 읽고 사진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는 문구를 보며 전시실로 들어 갔다.

 

작지 않은 전시실 내에 약 10미터 간격을 두고 두 반가사유상이 마주 앉아 있었다. 단 두 점만이 전시되어 있었다. 반가부좌를 틀고 손가락을 뺨에 댄채 고요히 사색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 상들을 보며 어떤 이는 글을 쓰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동일한 포즈를 취했다. 같은 것을 보면서 아마도 각자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싶었다. 학자들은 하나의 상을 보며 그 시대의 문화적 생활 양식을 파악하고 두 개의 상을 보며 문화의 흐름을 예측할 터이다. 일반 관람객들은 각자의 현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느낄 것이고 말이다. 그것이 인류가 남긴 미술의 힘이다.

 

전시실 밖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록 한 권을 장만해 나오면서 다음에 83호 상과 고류사 상의 전시회가 진행된다면 다시 찾아 와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