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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드라마] 더킹 투하츠 (2012)

by 셈틀씨 2012. 5. 29.

 

 

'흥행불패' 하지원, 이승기.  '믿고 보는' 재규어. 성장드라마에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는 홍작.. 배경은 입헌군주제라는 판타지이지만 분단과 휴전 상황이라는 - 손질하기 어려운 -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풀어 나갈 [휴먼 멜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결코 녹록치 않았을 작업이었겠습니다.

 
이들의 이름과 설정만으로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질 긴장감이 있을거라는.. 또, 한민족 대치사항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급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결코 외국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소재라는 안타까움이 이 드라마에는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북군인 - 리강석(정만식), 은시경(조정석), 권영배(최권), 염동하(권현상) - 들이 함께 웃으며 사진 찍는 이 장면.. <공동경비구역 JSA>의 엔딩 사진처럼 <더킹> 속 웃고 그들의 사진입니다. 어릴 때 북한에는 죄다 붉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 반공교육을 받아온 세대가 보는 아련하고 불편한 우리의 현실을 드라마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던 거죠. 드라마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이는 이 설정때문에 대박나긴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중박이라도 바라고 응원했던 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께 떠들며 풀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철부지 왕제 이재하(이승기)가 김항아(하지원)와 만나 티격태격 갈등하고 시련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멋진 왕으로 성장해 두 개의 심장이 만나 같이 뛰게 되는 과정이 이 <더킹 투하츠>의 이야기 입니다. 재하의 입을 통해서 드라마는 하고 싶은 -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전쟁은 멀리 있지 않다는 점, 외국열강들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관한 - 말을 다 쏟아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선왕부부 재강즌하(이성민), 박현주(이연경)의 죽음, 재신(이윤지)의 부상.. 닭발신공으로 재하,재신 남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시키지만 든든한 조력자인 시경.. 그 들 모두가 봉구(윤제문)로 대변되는 주위의 위협에 대항하면서 재하가 왕으로 성장하게 하기 위한 인물들입니다. 고부갈등을 만들지 않을 것 같은 대비마마(윤여정), 딸바보 항아바디(이도경).. 뭐 이런 좋은 부모만 있나 싶을 만큼 멋진 인물들도 있네요..


특히 왕실 가족들의 면면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정치가의 모습은 아닐런지..

 


다만 긴 프롤로그와 초반의 블랙코미디의 느낌이 점점 없어졌던 점.. 그리고 이 멋진 캐릭터들이 널을 뛰었던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 카드를 좀 더 적절히 사용하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네요.. 그럼에도 멋진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는 건, WOC 훈련을 통해서 가까워진 형제같은 그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현실이 종국에는 두 사람(아하커플 -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의 마주잡은 손으로 귀결되는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엔딩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의 손을 위협하는 많은 현실들은 변함이 없겠지만요..

 

 

러브라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순전히 개인의 취향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인물들이 삼각관계 사각관계로 서로 얽혀 갈등하지 않았던 점입니다. 다만 후반에 봉구에 의한 치정극으로 변질된 느낌을 받았을 땐 좀 멘붕이 오기도 했더랬죠.. ㅋ
아하커플은 충분히 사랑스러웠고, 은신커플은 가슴이 아팠다는.. 은신커플을 응원했던 시청자로서 시놉대로 - 극 중 시경의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릴 필요없습니다'의 실천인 듯 - 뚝심있게 진행된 그들의 결말에는 울컥.. 아~ 공주님.. 불쌍한 재신 공주님.. 으헉.. TAT

 

시즌2가 제작된다고 해도 - 그럴 린 없겠지만 - 이 은신커플은 볼 일 없을 테니 <처음사랑> 듀엣곡 좀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