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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영화] 건축학개론 (2012)

by 셈틀씨 2012. 5. 28.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를 꽤나 끝물을 타고 본 탓에 미디어등에서 뿌려지는 스포아닌 스포를 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영화의 내용과 장면을 안다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건 이 영화는 <스토리>가 아닌 <추억>이라는 감성에 기댄 영화였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을 만날 때 <동갑>이라고 하는 키워드는 친구를 만드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각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알 수 없어도, 같은 시대를 관통해 살아온 경험치 때문에 그 어떤 공통점 보다 말 할 꺼리, 공감할 꺼리가 많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 영화 역시 우리가 지나 왔던 아련 돋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5년전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처럼 우리는 1G 하드의 펜티엄PC면 평생을 넉넉히 쓸 줄 알았고, 그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가장 멋진 줄 알았었고, CD 플레이어로 듣는 음악을 사랑했고, 삐삐로 상대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렸었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런 디테일 때문에 저한테는 추억의 영화로 먼저 읽히더군요..

 

영화는 승민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보편적인 경험인 듯 보입니다. 15년 전의 승민이 서연으로 인해 가슴 뛰고, 오해로 인해 서연에게 상처받고 혼자 정리하고,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모습이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현재의 서연(한가인)을 못 알아 보는(척 하는) 현재의 조금은 더 능글해진 승민(엄태웅)인 것도 말이죠.. 풀지 못한 사소한 오해가 15년이 지나 풀린다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일테죠.. 추억은 추억일 뿐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을테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익히 들은 대로 현재 서연의 찰진 욕찌거리와 납뜩이(조정석)의 현란한 입담이 기억에 남는 게 당연한 듯..

 

어뜩하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