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꾸는 곰팅이/감상

뮤지컬 팬텀 (블루스퀘어) - 오페라의 유령, 팬텀의 노래

by 셈틀씨 2017. 9. 23.

 

7명의 이십년지기 친구들 모임이 있다. 일년에 한 번 만나 밥과 술을 먹고 수다를 떨고 한 해의 묵은 먼지를 턴다. 물론 그 한 번이라는 날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각자의 삶이 바쁘기도 하고, 취향이 제각각이기도 하고,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축제처럼 일정 정하기에 분주해 진다.

 

작년에도 찬 바람이 불어 올 때 휘몰아치듯 날을 정하고 서울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모이기로 정했었다. 모인 김에는 먹는 거 말고도 다른 걸 해보자 해서 정한 것이 뮤지컬 관람이었다. 누구 하나 뮤지컬이란 장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던 지라 그 당시 예매 사이트의 예매 순위 상위권의 작품들을 골라 투표를 했다. 그래서 본 것이 팬텀이었다.

 

 

내 어머니 나를 숲에서 낳아
내 몸은 어둠으로 덮여도
영혼만은 빛처럼 밝았지

 

▷ 뮤지컬 팬텀 <나의 빛, 어머니> 中

 

 

 

가스통 루르의 소설<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두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건 이 뮤지컬을 보고난 후였다. 간만에 보는 친구들을 기대했었기 때문인지 누구도 우리가 보려는 뮤지컬에 대해 깊이 알아보고 온 이는 없었고, 극이 다 끝나고 서로서로 쳐다보며 "왜 때문에 기다리던 [오페라의 유령] 노래는 안나오는 거?!" 라며 어리둥절했다는 웃픈 후문 (...)

 

수개월이 지난 지금 기억해 보면 넘버나 전체 극 흐름은 어렴풋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도 좋았고, 극장에 울리던 인물들의 노래도 좋았다. 주인공이 노래를 하면서 삑사리를 냈던 것 같기도 했지만, 우아한 발레 동작과 예쁜 등장인물들을 보며, 과연 비싼 뮤지컬이라고 감탄했다. 기억의 한계가 공연이라는 것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랑이야기에 흔한 막장코드가 있는 서사구조였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 것이 뮤지컬을 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불이 켜지고 퉁퉁부은 눈을 하고 슬펐다고 말하는 친구의 마르지 않은 감성에 예쁘다라는 감상으로 본 내 감성이 쑥쓰러워 지기도 했다.

 

모든 것을 떠나, 그네들과 함께한 공연은 따뜻하고 즐거웠다. 연말의 엄청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