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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종의 기원 (정유정, 은행나무) -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 지는 걸까?

by 셈틀씨 2016. 5. 25.

 

운명은 제 할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것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내 책장에 아주 드물게 초판 1쇄 녀석이 입주했다. 작가의 전작인 7년의 밤과 28을 흥미롭게 읽은 덕에 예판이라는 형식으로 판매된 책을 구매했던 것이다. 첫 장부터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거기에 바다비린내와 찬바람까지 겹쳐졌다. 전작에 비해 이야기의 시간적 흐름은 짧아지고 공간은 작아지고 시점은 단순해졌다. 일관되게 유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래서인지 꽤나 쉽게 책장이 넘어 갔다. 하지만 쫀쫀한 긴장감이 흘러 지루할 틈은 없었다.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소제(小題)였던 괴물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 지는 것인가? 처럼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오멘>의 순수악 데미안이라는 캐릭터가 생각났다. 부모의 학대로 인한 존속살해 기사들도 떠올랐다. 과연 세상에 절대악이 존재할까? 그 절대악이란 것이 과연 선천적일 수 있는 가와 치료가 가능하냔 부분도 현대 의학으로 해명되지 않은 부분일 테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소설 속 이야기 보다 현실이 훨씬 무섭고 막장이다.

 

초반에 유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는 분명히 서술트릭을 쓰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까지도. 에필로그에 들어서면서는 반드시 서술트릭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서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마무리 되었다. 단지 주인공이 정의로운 사람이길 바란 건 아니었다. 바람은 배신당했고, 흐르던 물은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