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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2016) - 이상한 마을의 길동씨

by 셈틀씨 2016. 5. 17.

 

 

<곡성>이 개봉한다기에 간만에 영화관 나들이나 해볼까 했었다. 그 얘길 듣더니 최근 잦은 편두통으로 괴로워하는 녀석이 자기도 보겠단다. '음.. 너 무서운 영화 못보잖음..? 황해도 싫어 했잖음..?' 하며 선택한 영화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었다. 화면의 때깔이 상당히 독특했다. 판타지 장르를 즐기는 나같은 관객의 입장에선 감탄하며 환영할 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낯선 때깔에 무서운 영화아니나며 잔뜩 쫄아서 관람을 시작했다는 슬픈 전설이.. <곡성>은 나 혼자 보는 걸로..

 

겁대가리를 상실해 빙글빙글 웃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은 정작 자신의 과거 기억은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원수를 찾아 다닌다. 관객은 주인공과 똑같이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설정은 관객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감정이입해 사건을 쫓아가기에 아주 적절하다.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맞닥뜨리는 진실은 놀랍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숙한 설정이기도 하다.

 

있었을 법하면서도 있지 않았을 시공간적 배경이 궁금해서 정작 영화의 서사보다도 영화 속 대사와 서류에 몇년도로 설명하는지에 더 관심이 기울여 졌다. 감독이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지 않았었나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사용했던 소품 - 천원이면 여러개 살 수 있는 카라멜이며, 구권지폐며, 생산되지 않는 무전기며.. 뭐 그런 것들 - 을 가져왔으나 그 때의 과거는 아니라고, 현실을 닮았으나 현실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 그래서 혹시 뭔가 풍자를 쎄게 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건가? 영화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본 후 감독의 전작도 시대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지 감독의 취향이었던건가(...) 싶기도 했다. 

 

낯섦과 익숙함, 흥미로움과 식상함이 공존하는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재밌다였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잘 구축된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왜 '사랑해요, 말순씨'를 외치는지 백번 공감.. 안티히어로 포스를 팍팍 풍기는 홍길동과의 캐미도 좋았고. 함께 본 친구는 여관주인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그래 역시 가족과 정의라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녀석이었어.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녀석이 영화에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은 이유가 "어째서 형을..." 이라는 이유 때문인 거다.

 

전체 이야기의 프롤로그를 본 기분이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풀어 냈을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도 했다. 홍길동은 광은회의 최종보스를 만날 수 있을까? 말순이는 너무 커버렸을 테고, 헌책방집 아가씨는 행방불명된 인물을 계속 찾고 있을 텐데.. 미묘하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