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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간송문화전 6부 (DDP) -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대부호의 바람직했던 소비

by 셈틀씨 2016. 5. 3.

 

얼마 전 인문학 정원에 참석하여 '선비의 일상, 음악이 있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통해 그 시절의 풍류에 대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거에도 익히 보았던 풍속화들이었지만 이야기와 함께 한 그림들은 굉장히 다른 느낌과 의미로 다가왔다. 그 풍속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 간송미술관에서 마지막 나들이를 나왔다는 아이들을 만나러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향했다. 2년 정도 전시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역시 다양한 경험은 중요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보다.

 

 

간송문화전 6부는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우리가 기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윤두서등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선비들, 평민들, 아이들, 기생들 그리고 신선들 등. 멀지 않은 과거인 조선의 일상과 풍경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림의 기교적인 부분은 내가 알 수 없으니 그 시절의 생활과 의식주, 그들의 생활을 보는 것 뿐이었지만 그림옆에 대한 간략히 기록된 설명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황을 읽어 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작년 이 맘때 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를 보겠다고 내려가기 위해 기차를 탔었다. 기차는 강을 건너고 터널을 통과하고 산을 지나쳤다. 멀리서 스멀스멀 피어 오르던 산안개는 누군가의 붓터치로 그려 놓은 듯한 산수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신비롭고 우아했다. 우리나라 로케로 촬영되어 상영된 영화 속의 서울 풍경을 보면서 기차에서 본 산의 풍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자연을 자랑할 수 있었을텐데, 멋진 한글간판 말고는 다른 나라와 그리 차이점이 없어보이는 서울이라니. 아름다운 계절과 청아한 자연 속에서 살아 가며 짓궂은 표정을 지은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영화를 보며 가졌던 아쉬운 마음이 다시 들었다.

 

 

훈민정음 혜례본으로 처음 들었던 이름이 간송이었다. 그의 생애를 잠시 보노라면 돈이란 자고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몸소 보여주신 분이 아닌가 싶었다. 암울하고 치욕적이었던 시절. 우리의 것들이 우리의 것들이 이니던 시절. 우리의 문화재는 속절없이 도굴되고 약탈되어 먼 길을 떠나야만 했다. 그의 문화에 대한 애정과 노력과 자금력이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재를 지킬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그에 감사하며 도록을 한 권 구매해서 그 곳을 나섰다.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게되면 그 아이들을 만나러 꼭 다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