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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 돌아온 신화에 바치는 성실한 오마주

by 셈틀씨 2016. 1. 15.

 

 

제다이의 귀한이 개봉한 게 1983년도이니 그로부터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덕후들은 치밀하지 못한 스타워즈의 세계를 확정세계관으로 맞춰가며 놀고 있었고, 20년만의 재개봉도 이루어 졌다.

 

7편이 개봉된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클래식 시리즈와 프리퀄 시리즈말고 영화 외적인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지 않아서인지 스타워즈 시리즈의 리부트가 선언되었을 때도 별 생각 없었음(...) 스타워즈의 새로운 편이 기대되는 게 아니라 너랑 연말에 영화 보는 게 기대된다고 하면서 별전쟁 덕후녀석에게 말하고 예매를 했었으니까. 하지만 OCN에서 방영해 주는 클래식 시리즈를 훑고, 점점 풀리는 떡밥들과 관객들의 관람평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기대감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클래식시리즈는 개봉이든 TV 방영이든 시기상 순서대로 따라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던지라 제다이의 귀한을 가장 먼저 보게 되었더랬다. 해서 "I am Your farther" 라는 통수 얼얼한 충격 반전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관람 전에는 가능한한 사전 정보를 차단하고 싶었다. 결론은 영화를 보기 전 클래식 정도는 봐 주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태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 천!

 

기존 확장세계관을 리부트해서 이야기를 진행한 것은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인 영리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디즈니의 성이 나오지 않는 오프닝, 기존의 캐릭터들간의 관계, 기존의 서사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모두 과거의 팬들을 위해 이루어진 새로운 희망의 성실한 오마주였고, 팬서비스였다. 다만 기존 새로운 희망이 한 편으로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구성해서 마무리를 한 반면 깨어난 포스는 떡밥만 실컷 날려 놓은 채 끝을 내 버린게 7편이 4편의 오마주라고 할지라도 가장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영화를 재밌게 즐겼음에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스타워즈의 성공한 덕후이자 떡밥의 제왕 쌍제이 감독이 이 편의 감독인 이상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레이가 BB-8을 얻고, 핀을 만나고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체중의 하나인 밀레니엄 팔콘에 탑승하면 모험은 시작된다. 이러한 과정과 후에 일어나는 서사가 에피소드 4인 새로운 희망과 흡사해서 혹자는 새로운 이야기의 리메이크라고 혹평한 글도 봤지만, 뭐 어떠랴. 이로써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신화가 시작된 거다.

 

 

 

Chewie, we're home

 

과거의 인물들이 한 둘씩 등장할 땐 내가 그들을 참 많이 그리워 했었구나 싶었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재회한 솔로와 레아, 그리고 동일한 기간을 살아내온 우리. 그래서 이번 7편의 주인공은 젊은 아이들이 아닌 과거의 그들이었다. 그래서 7편은 클래식 시리즈와 시퀄 시리즈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팬들에 대한 선물인 셈이다. 과거의 세대와 아이들이 만나는 건 새로운 세대로 신화를 전승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벤의 라이트세이버가 솔로를 관통하고, 솔로가 심연의 아래로 추락했을 땐 츄이에 어찌나 감정이입 되던지. 토닥토닥 츄이 삼촌 ㅠㅠ. 옆자리의 녀석은 숨을 멈추었고, 그 장면 이후의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 였다고 하더라. 해리슨 포드가 8편 출연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든 다음 편에 등장하겠지만 그들의 지난 전설을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로 넘겨 주려는 것인지 다음 편을 확인해 봐야 겠다.

 

이해할 수 없는 먼치킨 능력을 보유한 레이 - 레이의 출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난 루크의 클론이라는 것에 한 표 행사하겠음 (...) -, 찌질한 듯한 삽질의 행보를 보이는 카일로와 스톰트루퍼의 정체성을 버린 핀의 캐릭터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9편까지 그 행보를 확인해야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불꽃따봉을 시전하는 작중 최강 귀요미 BB-8 때문에 R2-D2를 잠시 잊기도 했을 정도. 둘이 상봉했을 때 시너지가 루크와 레이가 만나는 것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덕후들은 여전히 구멍 숭숭 뚫린 부실한 세계관을 메꿀 것이다. 긴 세월에 걸쳐 또다시 거대한 세계관을 채워나갈 테고.그리고 다음 편과 외전이 개봉될 것이다. 앞으로 은하계가 어떤 시간으로 흐르게 될지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