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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곰팅이/감상

뮤지컬 영웅 (블루스퀘어) -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by 셈틀씨 2015. 4. 29.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아직 책을 다 못 읽었습니다.

 

그의 나이 서른하나였다.

그는 유언으로 독립이 되면 고국으로 돌아오길 원했다.

그러나 그의 유해는 아직까지 이 땅에 돌아 오지 못했다.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볕이 뜨겁던 날 '뮤지컬 보여 주겠음' 이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 일이백원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던 녀석이 원플러스원 신용카드 행사의 혜택을 누리겠다며 <영웅>을 예약했단다. 정성화 공연이면 좋겠다고 했다. 읭?! 캐스트도 안보고 예매한 거냐? ^^a;; '그 캐스트 공연은 아마 일찍 예매가 되었을 거임. 포기하삼 ㅋ' 무튼 한남동 블루스퀘어 2층에 자리를 잡았고, 다음에는 꼭 배우들 얼굴이 보이는 앞 좌석에서 보자 했다. 하지만 2층은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고 우리의 앞뒤 사람이 없어서 배우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관크없이 상당히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은 비용과 피케팅의 어려움때문에 일부러라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탓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늘 보던 광고였지만 이 뮤지컬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뮤지컬의 넘버 또한 당연히 몰랐다. 다만 창작 뮤지컬이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정도가 다였다.

 

캐스트 보드를 보고 설희가 히로인일거라 생각해서 둘이 왜 함께하지 않는 걸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극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재판에 이르는 하나의 이야기와 설희가 게이샤가 되어 이토에게 접근해 죽이려는 또 하나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되었다. 제목에서처럼 <영웅>은 안중근의 영웅적 행보를 말하고 있다. 강한 영웅이 아니라 동료의 죽음을 가슴아파하고, 흔들림을 두려워하고, 종국엔 그것을 극복하기도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설희의 이야기도 또 한 축의 영웅이야기를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음... 이쪽은 뭔가 미묘(...)

 

무대는 안중근과 독립열사들의 자작나무 단지동맹으로 시작했다. 기대도 사전정보도 없었던 덕분에 시작부터 뮤지컬넘버에 감동먹고 집중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나 화려한 군무보다는 <레미제라블>같은 무게감 있는 넘버와 앙상블의 무대가 내 취향에 맞았나 보다. 넘버만으로도 좋았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배경이라 극 내용도 가슴아픈데 천장을 뚫어버릴 듯 폭발하는  넘버들을 듣다보니 더욱 심장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토의 넘버는 정말 멋진 노래실력과 연기였지만, 가사를 곱씹어 보자니 이거 박수를 쳐야 해? 말아야 해? 멈칫(...)

 

일본헌병과 독립군의 급박한 추격전과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뮤지컬에서 저런 영화같은 연출도 가능하구나란 생각이 들어 다른 뮤지컬도 궁금해졌다...만 관심을 끊자. 뜻밖의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극은 나라 잃은 그 때를 다시 찾아보고 생각케 만드는 힘이 있어서 고마운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뮤지컬이 끝나고 프로그램북 하나 사들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어느새 난 손과 귀로 OST를 찾고 있었다.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죽인 나는 사형.
대체 일본법은 어찌 이리도 엉망이란 말입니까!